진반 6번 이정우

수능이 한 달 남은 날이다. 작년 이맘때는 논술 최저만 맞추자는 생각으로 공부를 적당히 했다. 6, 9월 모의평가 성적을 받고서는 최저를 맞추기에는 적당한 성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안일한 태도로 수능공부를 했다.

하지만 수능은 6, 9월 모의평가보다 낮은 성적이 나왔고 논술 6개 중 5개의 최저를 간당간당하게 맞췄다. 5개의 논술 중 하나라도 붙겠지 라고 생각하며 재수 할 생각이 없었고 논술전형을 모두 떨어진다 해도 정시에는 내 자리가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가 작년과 올해 초의 내 이야기다.

작년 말, 올해 초의 태도만 보고도 알 수 있듯이 나는 매우 여유롭고 절실함이 없는 아이였다. 정시까지 모두 떨어지고 비로소 내 고3 수험생활이 후회되었고, 정말 바뀌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나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려면 기숙학원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기숙학원 두 군데를 찾아보다가 숙소를 보고 진덕여자기숙학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2월 18일, 작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재수가 시작되었고, 내 태도, 습관이 점점 변화기 시작했다.

제일 첫 번째로 바뀐 내 태도는 바로 수면이었다. 나는 고교시절 내내 잠이 많은 아이였고, 하루 그 시간에 자기 시작하면 그 시간은 매일 자는 시간이 되었다. 이 습관을 아는 나는 오늘 졸린다고 자면 도미노처럼 주르륵 잘 날들을 생각하며 안 졸기위해 애썼다. 따라서 조금만 졸리면 나태해지고 자게 되는 내 습관을 고쳤다. 이 습관을 고치는 데는 아침 기상 음악이 큰 몫을 했다. 그리고 관리하는 선생님들 때문인지 좀 더 긴장을 하면서 공부할 때 정신을 붙잡으려고 해서 생활 초반부터 습관이 변화되었다. 10월 현재는 오히려 기상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서 씻고 목, 어깨, 허리를 풀고 자습실에 미리 올라가 앉아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정말 의미 있는 변화였다. 여유 넘치던 내 하루가 부지런해졌기 때문이다. 공부 시간이 좀 더 확보된 셈이다.

그리고 내 생활에 절실함을 좀 더 부가해줬던 것은 6월이었다. 6월 모의평가까지 일찍 일어나고 잘 졸지 않는 생활패턴으로 변한 것만으로 좋다고 생각했는데, 6월 모의평가에서 점수가 꽤 잘 나왔다. 그래서 진짜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이데 대한 보상으로 장학금까지 받았다. 나는 고3때 항상 적당한 수준의 학생이었기에 그 수준에만 머물러 있으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장학금을 받으니 뭔가 ‘나도 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며 절실함이 생겼다. 드디어 적당함의 위치에서 벗어나고 싶어진 것이다.

호랑이를 그리려고 노력해 봐야 망쳐도 고양이라도 그리게 된다고 항상 평범함 수준만 유지하려고 하면 자칫하면 작년의 나처럼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다. 즉, 목표를 좀 높게 잡고 그 목표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9월 모의평가에서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무척이나 기뻤다.

난 이제 지금 내 위치보다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 절실함을 수능 때까지 유지한다면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며 절대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