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 9번 신슬기

절망적인 수능 점수를 보고, 1년 동안 집과도 한참 떨어진 곳에서 관리를 받으면서 사는 걸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능까지 한 달도 안 되는 시간밖에 남지 않은 오늘. 본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성격이라 재수하는 것 자체는 괜찮았어도 그 과정의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던 2월. 난 내 나름대로 아직 그 무게를 잘 버텨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는 가방조차 잘 열어보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변할 줄이야.

비록 처음부터 점수가 잘 나왔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올라가주는 내 성적을 보며 보람을 느끼지 않은 날이 없었다.

특히 현역 때엔 거의 포기했다 싶었던 수학이 비교적 많이 오른 걸 보면 더 그랬다. 지금도 아직 부족하지만 이제 오를 일밖에 없을 테니까.

진덕여자기숙학원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내 공부에 어떻게 구멍이 뚫려있는지부터 시작해 그 구멍을 메워가며 내가 성장하는 것을 느끼며 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성취감에 하루하루 공부가 즐거워질 정도였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이뤄냈던 경험도 많이 없었지만 이런 점이 크게 와 닿았다. 지금의 내 성적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며 자신감도 갖지 못하고 제일 처음 잡았던, 최소한의 기준치를 상회하는 거라. ‘나도 할 수 있구나!’를 깨달을 수 있기도 했다.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며 지금의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도 가지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 이번 1년은 내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누군가 잡아주지 않으면 늘어지기만 하는 내 생활을 잡을 수 있고, 청소나 빨래 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에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꽤 편했는데, 혹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여져 있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여기 진덕여자기숙학원에 와서 공부하는 걸 적극적으로 추천해 본다.

처음은 조금 힘들지라도 후회하는 일을 절대 없을 테니까.

시간이 훌쩍 지나 수능이 코앞에 있는 지금. 막판 스퍼트를 달리며 내가 꿈꾸던 바를 이뤄낼 것이다. 자신이 없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포기하지 말자. 내 가능성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다. 파이팅!!